최근 약 2년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한 주석 가격이 공급 차질, 지정학 리스크,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른 펀드 자금 유입, 수요 안정화로 최고 3만80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주석은 유연하고 녹는점이 낮으며 가공이 용이하고 독성이 없어 식품과 기계, 전기와 전자, 자동차, 항공우주 등 다양한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특히 전자제품의 납땜용 땜납, 반도체의 기판과 칩을 연결하는 첨단 소재인 솔더 볼의 원료로 쓰인다. 한국의 TCC스틸은 주석도금 강판을 생산해 이차전지 캔으로 공급하고 있고 덕산하이메탈은 인도네시아에서 주석을 수입해 솔더볼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은 주석괴 소비와 생산량 세계 1위 국가이며 생산 지역은 주로 윈난성, 광시성, 후난성에 집중돼 있다. 2021년 중국 생산량은 15만 4000t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42%를 차지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페루,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이 생산하는데 일부 주석광이 폐쇄되면서 수출위주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주석괴 공급이 감소한 반면 주요 수입국들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광산업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주석 3개월 물은 4월에 t당 3만605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세계 주석광 생산량의 43%를 차지하는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생산 문제로 가격은 오름세를 탔다.
LME에서 현금결제 즉시인도 현물 주석 가격은 16일 t당 3만3625달러로 상승했다. 전년 평균 대비 29.53% 오른 것이다.
마이닝닷컴은 주석 가격이 올들어 31% 오른 것으로 평가하고 인플레이션 헤지와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금이 유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석 가격 상승률은 올들어 투자자들이 최애 상품인 구리를 앞지르고 있다. 16일 미국 선물시장에서 5월 인도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4.8810달러로 전날에 비해 0.22%(1.10센트) 내렸다. 그러나 구릿값은 올들어 이날까지 25.65%, 지난 1년간 32.1% 상승했다.
공급 측면에서 주요 생산국인 미얀마의 와(Wa) 주의 주석광산 조업이 몇 개월 안에 재개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한 것으로 프로젝트 블루(Project Blue)의 잭 앤더슨 분석가는 예상한다.
잭 앤더슨 분석가는 마이닝닷컴에 "인도네시아가 수출을 재개했지만 인도네시아 생산업체들이 올해 두 달 간의 수출허가 지연을 상쇄하기 위해 수출량을 늘릴지도 역시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유색금속협회(China Nonferrous Metals Industry Association) 궈닝 사무총장은 마이닝닷컴에 "주석 가격은 하반기에 거시 경제 요인들 탓에 최고 3만8000달러에 이르는 등 극한 상승을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의 장기 수출도 인도네시아가 국내 하류부문 소비를 위해 더 많은 금속을 비축함에 따라 감소할 것이라고 궈닝 사무총장은 덧붙였다.
중국의 올해 주석 생산량은 21만6000t, 소비량은 22만6000t에 이르러 공급이 약 1만t 부족할 것으로 궈닝은 예상했다. 궈닝에 따르면, 1분기 중국의 소비는 백색 가전 시장의 회복과 휴대폰,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반등 등에 힘입어 6.7% 증가한 5만6000t을 기록했다. 또한 태양광과 자동차용 전자제품, 화학산업의 주석 소비도 증가했다.
프로젝트 블루 역시 올해 세계 주석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한다.
BMI는 1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주석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인플레이션과 반도체 판매의 더딘 성장 속도 때문에 앞으로 몇 달 안에 t당 2만6000달러에서 3만2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투자 펀드들의 LME 순 롱 포지션(매수)은 지난 4월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후 약간 내린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상하이 선물거래소 등록 창고 재고량도 가격에 압박을 가하는 요소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