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토 보세키(Nitto Boseki, 일본방적)'. 반도체 칩 기판과 인세회로기판(PCB) 제조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유리섬유'를 거의 독점 생산하는 일본 기업이다. 전세계 반도체 업계와 휴대폰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기업이다. 닛토보로도 알려져 있다.1923년 일본 후쿠시마현에 섬유회사로 설립된 닛토보는 틈새사업( niche business) 세계 1위를 지향하는 강소기업이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관련 칩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닛토보의 공급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일본이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가 최근 보도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이 물량 확보에 나섰으며 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T-글래스로 더 잘 알려진 '저열팽창 유리섬유'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지면서 전자업계와 AI 산업 전반에 병목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최근 보도했다.
T-글래스는 칩 기판과 인쇄회로기판(PCB) 제작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닛토보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사람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유리섬유를 완벽한 원형으로 만들고 기포가 전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전자 소재다.
닛토보는 열팽창계수(CTE)가 낮은(low) '로 CTE(Low CTE)'용 CCL 소재인 유리섬유에 특화했다. 열팽창계수가 낮으면 고온 공정에서 기판 휨(warpage) 현상이 줄어든다. 기판 대면적화와 회로 미세화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고온 공정에서 미세한 회로를 만들 때 기판이 휘면 회로가 끊어질 수 있는데 열팡챙계수가 낮은 CCL을 사용하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일본에는 유니티카 등 소형업체가 있지만 생산량이 닛토보를 따라가지 못한다. 대만글래스, 중국 타이산파이버글래스와 그레이스패브릭테크놀로지(GFT), 킹보드라미네이트 등 신규 업체들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기술 장벽 때문에 충분한 생산 능력과 일관된 품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기기 기판 내부 깊숙이 위치해 나중에 빼내거나 고칠 수도 없다.
엔비디아와 AMD는 닛토보에 직원을 보내 AI칩 용 T-글래스 물량 확보 가능성을 타진했다.
애플은 지난해 가을 일본에 직원을 파견해 미쓰비시가스화학(MGC)에 상주시키며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에 사용하는 BT(비스말레이미드 트리아진) 기판 소재 확보에 나섰다. MGC가 BT 기판 재료를 생산하는데는 닛토보의 유리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BT 기판은 아이폰과 모바일 기기용 칩 제작에 필수인데 닛토보가 유리섬유를 공급하는 핵심 업체다. 애플은 또 중국 소형 유리섬유 업체인 GFT에도 직원을 보내 대체 공급원 개발에 나섰다. MGC에 GFT 품질 개선 감독을 요청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 칩 제조사인 퀄컴도 소형 일본 업체 유니티카를 찾아가 공급 가능성을 타진했다. 유니티카 생산량은 니토보에 비해 훨씬 적은 수준이다.
AMD와 엔비디아, 애플에 기판을 공급하는 업체 경영진은 "추가 생산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닛토보에 압박을 가해도 소용없다"면서 "니토보 신규 생산 설비가 가동에 들어가는 2027년 하반기에나 상황이 실질로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판 업계도 이번 공급망 병목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FC-BGA)을 제조하고 있는데 니토보 유리섬유를 사용한다.
수요 증가에 대응해 닛토보를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2027년 3월)까지는 10~20% 늘리고, 2027 회계연도까지는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리원판을 녹이는 기존 용광로 용량을 조정하고 신규 용광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3월 말로 끝난 회계연도 상반기 실적 관련 브리핑에서 "생산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에 급격히 생산능력을 확장할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는 수급이 빠듯한 T-글래스와 같은 제품에 우리의 생산능력 유연성을 할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다 히로유키 닛토보 최고경영자(CEO)는 닛케이아시아에 "우리는 계속 물량보다 품질을 우선할 것"이라면서 "품질보다 물량을 우선하거나 범용 부품 제조업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타다 CEO는 "소규모 공급사가 짊어질 리스크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시장 점유율을 일부 잃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닛토보는 전자재료용 유리섬유 외에 건축 산업용 단열재(글래스울), 산업용 섬유, 진단시약, 특수화학제품도 생산하는데 전자재료 매출 비중이 38%로 가장 높다. 2025년 3월 말로 끝난 2024 회계연도에 매출 1090억 3500만 엔(약 1조 178억 원), 영업이익 164억4500만 엔(약 1535억 2000만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15.1%였다. 전년에는 매출 932억 5300만 엔, 영업이익 83억 8700만 엔, 영업이익률은 9%였다.
2025 회계연도 상반기(2025년 4월~9월 말)까지 매출 574억 엔, 영업이익 95억 엔, 영업이익률 16.5%를 거뒀다.
닛토보는 16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전날에 비해 7.88%(1050엔) 오른 1만4370엔(약 13만414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5420억 8000만 엔(약 5조 605억 원)으로 집계됐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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