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섬유 제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닛토보세키(Nitto Boseki, 일본방적)'의 주가가 이틀 연속으로 큰 폭 하락했다. 닛토보는 반도체 칩 기판과 인세회로기판(PCB) 제조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유리섬유'를 거의 독점 생산하는 일본 기업이다. 최근 AI 열풍으로 유리섬유 칩 수요가 폭증하면서 미국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이 물량 확보에 나서고 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1923년 일본 후쿠시마현에 섬유회사로 설립된 닛토보는 틈새사업( niche business) 세계 1위를 지향하는 강소기업이다.
27일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닛토보는 이날 오전 10시47분 현재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전날에 비해 5.03%(1270엔) 내린 2만4200엔에 거래되고 있다.
닛토보 주가는 24일 23.58%, 25일 5.65% 상승했다가 26일 7.98%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들어 주가는 139%이상 상승했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닛토보 주가는 올들어 이날까지 139.2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은 9211억 9500만 엔 수준이다.
24일과 25일 닛토보 주가는 데이터센터 증설 붐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호재로 상승세를 탔다. 미국 앤트로픽이 발표한 고급 AI(인공지능) 에이전트 기능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로 소프트웨어·컨설팅 등 관련 주식이 매도된 '앤트로픽 쇼크'에 대한 경계감으로 소프트웨어 관련주들이 급락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AI 데이터센터용 특수 유리 부문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닛토보를 비롯한 AI인프라 하드웨어 지원 업체들인 키사이트와 안리츠 주가가 상승했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세라 레이코 수석 시장 전략가는 닛토보 주가 하락에 대해 "24일과 25일 주가 급등 반동으로 엔비디아 효과가 약화됐고, AI를 둘러싼 우려도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1898년 일본 메이지 정부의 국내 섬유 공급 추진의 일부로 설립되고 1923년 법인 전환한 닛토보는 면과 비단을방적하는 회사에서 전자재료용 유리섬유(T-글래스)와 건축 산업용 단열재(글래스울), 산업용 섬유, 진단시약, 특수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전자재료 매출 비중이 38%로 가장 높다.
닛토보는 세계 1위 기판 제조사인 일본 이비덴과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주요 고객사다.
닛토보는 T-글래스로 더 잘 알려진 '저열팽창 유리섬유' 를 생산한다. T-글래스는 칩 기판과 인쇄회로기판(PCB) 제작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닛토보가 거의 독점생산한다. 사람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유리섬유를 완벽한 원형으로 만들고 기포가 전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전자 소재다.
2025년 3월 말로 끝난 2024 회계연도에 매출 1090억 3500만 엔(약 1조 178억 원), 영업이익 164억4500만 엔(약 1535억 2000만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15.1%였다. 전년에는 매출 932억 5300만 엔, 영업이익 83억 8700만 엔, 영업이익률은 9%였다. 2025 회계연도 상반기(2025년 4월~9월 말)까지 매출 574억 엔, 영업이익 95억 엔, 영업이익률 16.5%를 거뒀다.
미국의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현지시각) "T-유리라고 불리는 천과 같은 소재는 거의 오로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닛토보가 생산한다"면서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는 상당한 규모의 신규 생산 시설을 가동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수요 증가에 대응해 닛토보는 가격을 올리면서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닛토보는 올해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2027년 3월까지 생산능력을 10~20% 늘리고, 2028년까지는 2025년 생산능력을 세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리원판을 녹이는 기존 용광로 용량을 조정하고 신규 용광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일본에는 유니티카 등 소형업체가 있지만 생산량이 닛토보를 따라가지 못한다. 대만글래스, 중국 타이산파이버글래스와 그레이스패브릭테크놀로지(GFT), 킹보드라미네이트 등 신규 업체들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기술 장벽 때문에 충분한 생산 능력과 일관된 품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다 히로유키 닛토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닛케이아시아에 "우리는 계속 물량보다 품질을 우선할 것"이라면서 "품질보다 물량을 우선하거나 범용 부품 제조업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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