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CGV에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봤습니다. 장항준 감독이 만든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강원도 영월로 유배를 간 단종의 마지막 4개월을 팩션으로 그린 사극입니다. 삼촌인 수양대군은 정변(계유정난,癸酉靖難)을 일으켜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영월로 유배를 보내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몇년 전 간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를 생각했습니다. 상원사로 가는 길에는 세조가 계곡물로 등에 난 치료한 곳이있다는 설이 있습니다.
지난 2021년 6월12일 월정사 템플스테이에 앞서 먼저 들렀습니다. 그에 앞 2019년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갔습니다. 영화 한 편 때문에 마치 몇년을 되돌아가고 상원사가 눈 앞에 있는 듯했습니다. 아름들이 키 큰 나무향이 코에 가득한 듯 했습니다.
상원사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에 있는 절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 4교구 본사인 월정사의 말사라고 하죠. 월정사에서 한 10km 떨어져 있습니다. 걸어가기엔 다소 부담스런 길입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걷습니다. 버스도 갑니다. 월성사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하기 위해 간 저는 차를 몰고 갔습니다.
이 절에는 신라 문무왕때 의상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신라 제 33대 성덕왕 4년, 서기 705년 성덕왕의 두 왕자 보천과 효명이 세운 사찰이라고 합니다.그게 맞다면 무려 창건 1320년이 된 고찰입니다.
상원사는 단종을 몰아내고 임금 자리에 오른 수양대군 세조가 온갖 괴질에 걸렸고 상원사로 가는 길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몸을 씼었다는 전설이 있어 유명한 절입니다. 그가 목욕할 때 의관을 걸어둔 곳이라 하여 '관대걸이'라는 비석 비슷한 돌이 서 있습니다.
세조는 가까운 숲에 놀고 있는 동자승을 불러 등을 씼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가 등을 미니 종기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 동자승이 문수보살이라고합니다. 문수보살은 대승불교에서 최고의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이라고 합니다.
관대걸이를 지나 상원사로 가는 길은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습니다. 양쪽으로 키 나무들이 무심히 서서 간절히 기도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상원사는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모셔온 진신사리를 안치한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입니다. 오대산은 신라의 고승 자장이 중국 당나라의 오대산 문수신앙을 수용한 이후로 문수 도량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세조가 상원사를 원찰(願刹)로 삼았다고 합니다. 원찰은 창건주의 소원이나 죽은이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불교 건축물을 말합니다.
세조는 이 절에서 무엇을 빌었을까요?, 세종의 둘째 아들, 문종의 동생, 단종의 삼촌이었습니다. 그는 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잡아 영의정이 되고 조카를 압박해 왕위를 물려받았습니다. 그는 단종을 폐위하는 것도 모자라 그를 죽였습니다. 동생인 금성대군의 목숨도 끊었습니다. 권력은 피를 먹고 사는 괴물이었습니다.
손에 피를 묻히고 권력을 잡았지만 그는 장수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는 37세인 1455년 8월 즉위해서 50인 1455년 10월 숨졌습니다. 집권기간은 1453년 11월에서 1455년 8월까지 2년 남짓입니다. 권불십년이 맞다고 해야 하겠지요.
그는 상원사에서 무엇을 빌었을까요? 손에 묻은 피를 씼어달라고 했을까요? 죽은 원혼들에게 용서를 빌었을까요?. 후손들이 만대에 부귀영화를 누리도록 갈구했을까요? 아니면 악마가 된 그를 용서하고 천당으로 보내주길 부처님과 문수보살에 갈구했을까요.
상원사 경내 모습은 여느 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혜보살 문수보살을 모신 문수전과 그 아래 고양이 석상, 영산전이 있고 5층 석탑과 3층 석탑, 전설속의 새 극락조 석주, 만화루와 달마대사가 있습니다.
아직 기억에 생생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범종있는 동정각과 근처 만화루 아래 있는 달마대사입니다.범종은 신라 성덕왕 24년(725년)에 조성되어 조선 예종 원년(1469)에 상원사에 옮겨진 것으로 한국종의 독특한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는 대표 범종으로 한국 종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합니다. '천음회향(天音回香)'이라는 팻말이 동정각 앞에 있습니다. 이는 '종소리가 하늘의 소리가 돼 향기로 메아리친다'는 뜻으로 상원사 범종의 아름다운 울림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달마대사는 나무로 만든 것입니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는 신화의 인물인 달마대사는 상원사의 수행정신을 보여주는 요소로 나그네가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방문한 때는 6월 이라 온갖 새들의 소리가 귀를 울렸습니다. 꽃들은 만발했습니다. 풍경소리가 청량하게 울려퍼지면서 귀를 즐겁게 했습니다. 부처님과 문수보살에게 소원을 빌고 빌었습니다. 행여 저 때문에 피해를 입거나 마음이 다친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고 그들의 강녕을 기원했습니다. 먼 훗날 만나면 사랑했다고,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십사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일원각에서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내려왔습니다. 오대산 산사에서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세조와 단종의 비극도 잊었습니다. 그리고 5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무참히 희생된 사람들의 절망과 고통이 세월 속에 묻힌 데 대한 아픔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잔혹한 권력의 비정함에 짖눌려 17세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단종의 외로움과 무력함, 홀로 두고온 비를 그리는 애처로움, 그리고 그 남은 비가 평생 견뎌야할 온갖 고초와 고통의 무게 등등을 생각한 것 같습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권력을 찬탈하고 공포와 고통에 몸부림친 맥베스 장군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박지훈 배우, 유해진 배우와 장항준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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