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신제윤 이사회 의장이 사내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렸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던진 일성은 삼성전자 경영진의 절박한 '경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삼성전자가 직면한 거대한 위기감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삼성전자 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 지방자치 단체가 정책 등으로 지원한 점, 받고 있는 막대한 처우를 감안하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은 배신에 가깝다. 이미 삼성전자 노조는 국민 신뢰를 잃었으며 설자리도 상실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OPI) 상한 폐지와 산정 기준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연봉의 최대 50%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지급기준을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의 15~20%'로 변경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업이익에 상응하는 투명한 보상 체계를 제도화해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수준 이상의 처우를 받아야겠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경기 변동이 심한 반도체 산업 특성상 영업이익의 고정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은 경영리스크가 크며 사업부간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또 기본급의 7%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3% 내외를 제시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삼성전자가 삼성전자가 아닌 기업이라면 이 회사의 총파업에 별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삼성전자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5%, 생산의 약 25%를 차지하는 '비중있는' 기업이다. 그렇기에 처우 또한 다른 어떤 기업에 비할 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사업보고서(2025년 기준)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 5800만 원 수준이다. 초고액 연봉을 받는 경영진인 등기이사를 제외하고 부사장 미등기 임원과 부장에 이르는 실무자 전체의 연봉을 평균낸 금액이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SK하이닉스가 전년 대비 약 60% 올린 1억 8500만 원을 받아 삼성을 앞질렀다.
이게 적다고 영업이익의 15~20%를 더 달라고 한다니 삼성전자 휴대폰이나 TV 등을 사는 소비자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영업이익의 15~20%라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면 약 8조 2800억 원~11조 400억 원이 된다. 국내 임직원 12만 5000명에게 이 돈을 지급한다면 1인당 약 6600만 원~8800만 원이 된다. 그런데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 320조 원대, 최대 360조 원대에 이른다. 올해 영업이익을 300조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노조가 요구하는 금액은 약 45조 원에서 약 60조 원에 이른다. 15% 적용시 전사 임직원 1인당 약 3억 4000만 원~6억 2000만 원, 20% 적용시 약 4억 6000만 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회사 측을 편들 생각은 없지만 노조 측 요구가 무리하다는 생각을 한다. 삼성전자가 오늘날처럼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내는 것은 삼성전자 노조만의 노력 때문은 아니다. 경영진, 연구개발진, 정부, 지역사회의 지원과 협조, 투자자들의 투자없이는 불가능했다. 그것을 제외하고 노조만이 성과급을 독차지 하려 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1분기 영업이익 57조 2000억 원 중 93.8%가 반도체 부문(DS)에서 발생했는데 노조의 요구대로 전임직원에 성과급을 동일하게 지급한다면 형평성이 어긋나도 크게 어긋나는 일일 것이다.
삼성전자가 420만 소액주주를 비롯해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연간 배당금 11조 원을 크게 웃돈다. 노조 요구액은 주주 배당금의 약 4~5배 수준이다.
특히 미래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비 약 38조 원을 크게 웃돈다. 성과급 재원은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 회사 1년치 R&D 비용 보다 많다.
반도체 산업은 흔히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한다. 나노 단위의 미세 공정 경쟁에서 한 걸음만 늦어도 시장의 주도권은 순식간에 경쟁사로 넘어간다. 또한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은 단순한 제조 능력을 넘어 '고객신뢰'를 먹고 성장한다. 약속된 납기를 어기고,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순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가차 없이 발길을 돌리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신제윤 의장이 "경쟁사로의 고객 이탈로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강조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수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더욱 걱정스런 대목은 국가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신 의장의 분석대로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수백억 달러의 수출 감소와 수십조 원의 세수 결손으로 이어진다면 국내총생산(GDP) 하락과 환율 불안정 등 연쇄 반응을 일으켜 국민 경제 전체의 고통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파업은 한국 국가경제에 타격을 줄 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반도체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 기반 산업'이자 '안보 자산'으로 불리는 이유를 다시금 상기하게 한다.
노동조합의 권리와 목소리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지금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은 '무한 경쟁'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한 생존의 기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격변기 속에서 내부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모할 여유는 없다.
삼성전자 노사는 '공멸(共滅)'의 길로 갈 것인지, '상생(相生)'의 토대를 다시 쌓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신 의장이 "지금의 갈등이 건설적인 노사관계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듯 상생의 길을 걸을 것을 당부한다. 삼성전자가 이 위기를 딛고 다시 글로벌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신뢰'라는 엔진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시계가 멈추면, 한국 경제의 시계도 함께 멈춘다는 사실을 노사 모두가 무겁게 받아들일 것을 주문한다. 삼성전자 노사여 '국가경제에 타격을 줬다'는 멍에를 평생 지고 살텐가?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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