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동차 기업 혼다가 캐나다 온타리오주 앨리스턴에 추진 중인 150억 캐나다달러(한화 약 16조 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는 혼다가 36억 8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손실을 본 데 따른 것이다.
계획된 전기차 생산 단지는 2028년 완공 시 약 1000개의 생산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24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프로젝트는 2024년 4월 당시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가 참석한 행사에서 처음 발표됐다. 두 사람 모두 프로젝트 에 각각 2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혼다는 당시 전기차 공급망 확보를 위해 포스코퓨처엠과 양극재 합작법인도 설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혼다는 지난해 5월, 2년 후 전기차 시장 상황을 재검토하기 위해 해당 공장 개발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공장 건설 계획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지난주 일본 언론을 통해 처음 보도됐지만 혼다는 당시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혼다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수정된 전략적 목표에 따라, 현재 단계에서는 가치 사슬 프로젝트를 무기한 중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향후 조달과 사업 전략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혼다는 이번 중단 조치가 온타리오주 앨리스턴 공장의 4200명의 고용과 생산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전기차 공장 프로젝트는 보류되었지만, 해당 부지에 있는 시빅과 CR-V 등 기존의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조립 공장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
혼다의 이번 발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혼다는 지난 3월 전기차 위주 전략을 수정하고 하이브리드차(HEV)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로 하면서 북미 시장을 겨냥해 출시 예정이던 '혼다 제로 SUV', '혼다 제로 살룬', '아큐라 RSX' 등 3개 전기차 모델의 개발과 상용화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변화는 혼다가 1957년 상장 이후 사상 처음으로 4239억 엔(36억 8000만 캐나다달러)의 연간 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나왔다. 혼다 는 전기차 사업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혼다는 "미국의 환경 규제 완화 등 여러 요인으로 전기차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의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탄소 중립을 계속 추구하겠지만,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과 생산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 내 전기차 판매는 급감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환경 규제 완화 움직임으로 지난해 4분 기준으로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36% 감소했다.
마크 카니 총리는 같은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발표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석유 공급 차질로 전 세계에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전기차 전환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카니 총리는 "저배출 차량 전환은 전 세계에서 확실히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토모티브 뉴스 캐나다(Automotive News Canada)의 그렉 레이슨(Greg Layson) 디지털 에디터는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많은 차량이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인센티브 축소가 혼다에 큰 타격을 준 것은 당연하다"면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 또한 자동차 제조업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레이슨은 무기한 중단 조치가 현재 고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온타리오주에는 즉각의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투자 약속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연방정부와 온타리오 정부는 "혼다에 지급되거나 이체된 공적자금은 단 1달러도 없다"면서 " 보조금은 실제 투자 진행 단계에 맞춰 사후 지급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이번 중단으로 정부재정의 직접 손실이나 환수리스크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보조금을 지급해서라도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살릴 큰 대기업을 유치하려는 전략은 빗나갔다. 전기차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이상 혼다의 계획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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