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희토류·갈륨과 텅스텐 등 핵심광물 공동 비축을 추진한다. 시장을 장악한 중국의 자원무기화와 지정학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핵심원자재법(CRMA) 후속 조치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스마트폰, 풍력발전기, 스텔스 전투기 등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을 만드는 핵심 소재인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17종의 원소를 말한다.
24일 광산업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EU는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공동 비축 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EU는 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등 주요 물류 거점과 비축기지 '유럽핵심원자재센터(Critical Raw Material Centre)' 설립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EU는 중국이 독점하고 있거나 최근 수출 통제를 강화한 방산·반도체·친환경 핵심 소재를 최우선 비축을 추진한다. 핵심원자재법(CRMA)에 따라 34개 핵심 원자재(Critical Raw Materials)와 이중 그린·디지털 ·방산 등 첨단 사업에 직접 투입돼 수요 폭증이 예사되는 17개 전략원자재(Strategic Raw Materials) 비축을 추진하고 있다.
비축 대상 주요 광물은 텅스텐마그, 갈륨, 게르마늄, 마그네슘, 흑연, 희토류, 텅스텐 등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략물자 광물들도 비축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손바닥에서 녹는 금속'으로 알려진 갈륨은 반도체의 미래와 미래 무기의 핵심이 될 금속이다. 독자 광산이 거의 없고, 주로 알루미늄(보크사이트)이나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소량 얻는다. 현대 전투기의 눈이라 불리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다와 군용 야간 투시경의 핵심 센서를 만드는 데 갈륨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인 텅스텐은 자동차, 조선, 항공기 제조 공장에서 강철을 깎고 구멍을 뚫는 기계 부품(드릴, 커터)의 필수 소재다. 엄청난 밀도와 단단함 덕분에 장갑차의 외벽을 뚫는날개안정분리철갑탄의 탄두나 탱크의 외장 장갑을 만들고 반도체 칩 내부에서 초미세 회로들을 서로 연결하는 전기 배선 통로(플러그)의 재료로도 대량 소비된다.
가공되지 않은 원광은 비상시에 바로 쓰기 어렵기 때문에, 영구자석이나 정제된 희토류 화합물 등 제조업에 즉시 투입 가능한 '가공제품' 형태로 비축 품목을 고도화한다.
앞서 EU는 지난해 12월 30억 유로(약 4조 4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대규모 전략 비축 기금을 운영하고 원자재 센터가 개별 기업들을 대신해 글로벌 광물 시장에서 대량으로 공동 구매를 진행함으로써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의 공급 안정을 돕는 공동전략 비축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주도로 10개 회원국이 참여 중이다.
EU는 오는 2030년 전략원자재의 연간 요구량의 최소 10%를 채굴하고 연간 수요의 65%만 단일 제3국에 의존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구리,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 등의 상위 3개 생산국의 합산 점유율은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2020년 82%에서 2024년 86%로 확대됐다. 유럽연합(EU)은 풍력 터빈용 영구자석의 약 93%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
[알림] 이 기사는 투자 판단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