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가 미국산 자동차와 유제품, 주류 등에서 무역차별을 했다며 50% 관세를 새로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는 '수개월간 이어진 무역분쟁을 풀기 위해 미국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정부 총리는 캐나다가 보복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크리스틴 프레셰트 퀘벡주 총리도 새로운 위협을 '부당하고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무역 압박에 캐나다 정계가 협상(연방 총리)과 보복(주정부)이라는 투트랙의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고립된 조선 조정이 청나라와 싸우자는 '주전론'과 화해를 모색하자는 '주화론'으로 극렬게 대립한 모습을 떠올린다면 과장일까?
20일(현지시각) 캐나다 C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의 자동차와 주류, 유제품 분야 무역 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새로 50%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 3건에 서명했다. 이 관세는 서명 30일 뒤인 다음달 19일부터 시행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수입품이 이번 관세 대상이라고 밝혔다. 모든 캐나다산 제품이 아니라 포고문에 별도로 지정된 일부 품목에 적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 각 주가 미국산 주류 판매를 중단하고 유럽연합(EU)산 유제품에 미국산보다 유리한 시장 접근권을 제공했으며 캐나다가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자동차업체에 대해 무관세로 수입하는 차량 물량을 줄이고 할당량을 초과한 차량에는 관세를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는 우유와 유제품, 주류, 의류, 가구가 포함됐다. 와인과 하키 스틱, 시멘트 등도 부과 대상이다. 에너지와 칼륨비료, 핵심광물, 수산물 등은 제외된다. 미국의 국가안보 관세가 이미 적용되는 철강과 알루미늄도 추가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에 관세를 물리기 위해 90년 전인 1930년 관세법 338조를 꺼내 들었다. 이 조항은 교역 상대국이 미국을 제3국보다 불리하게 대우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해당 국가의 제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세는 대통령의 포고문 발표일로부터 최소 30일이 지난 뒤 발효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무역 조치가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 부담을 주고 제3국 기업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캐나다의 관세 조치가 시행된 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산 자동차의 캐나다 수출액은 203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멕시코, 일본, 한국, 독일 등 다른 국가의 대 캐나다 자동차 수출은 증가했다.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의 교역액은 716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두 나라가 무역분쟁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이번 조치는 캐나다와 미국간 무역 갈등을 다시 격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캐나다 정계와 여론은 '내정하게 협상해야 한다'는 온건파와 '똑같이 맞받아쳐야 한다'는 강경파로 갈라지고 있다. CBC 방송은 이날 "어떤 이들은 차분한 대응을 촉구하고 다른 이들은 보복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마크 차니 총리는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플라비오 볼페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 회장을 포함한 산업계 리더들은 "인내심을 갖고 심사숙고한 대응을 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는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관세를 강행하면 캐나다도 '관세에는 관세로, 달러에는 달러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비드 이비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총리 역시 "이번 관세가 주로 미국 시민들의 비용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비 총리는 "이 시점에서는 미국인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면서 "캐나다인들에게 시비를 걸고 싸우려 든다면 세상에 미국 편을 들어줄 친구는 단 한 명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규 관세 발표에 대해 "현실 감각을 상실한 채 폭주하는 대통령이 국경 너머로 던진 최신 경제 수류탄"이라고 하는 비난도 거세다.
두 주장 모두 설득력이 있다.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위협을 순순히 받아들일 캐나다인들은 없다. 원유와 자동차 부품, 전기 등을 미국에 수출하는 만큼 협상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아면서 교역 상대국인 캐나다와 미국은 싸우기 보다 협력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두 나라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관세 부과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는 만큼 더더욱 협상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필자를 비롯한 많은 캐나다인들은 피로감과 함께 심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카니 정부는 더 이상의 양보를 자제 해야 한다는 많은 캐나다 시민들의 요구, 특히 '트럼프의 관세 실험쥐 취급을 받는 것에 지쳤다'는 캐나다인들의 하소연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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