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앞으로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2040년대에는 0% 안팎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마저 나와 있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을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이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9%로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예측한 2%보다 01%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0.1%포인트가 뭐 대수로운 일인가'라고 할 수 있지만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2000년 이후 지속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8일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 후반으로 추정하고 2030년대에는 1%대 초반, 2040년에는 0% 내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2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2024~2026년 중 잠재성장률 추정치로 2%를 제시했다. 2016~2020년 중 2% 중반에서 다소 낮아진 수치다.
이대로 가가다가는 한국 경제는 불과 15년 뒤에는 0%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인플레이션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노동·자본·생산성 등 생산요소를 최적으로 활용할 때 가능한 수치를 말한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 정부의 정건전성이 나빠지게 마련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반복으로 재정적자 기조가 만성화할 수도 있다. 그리고 후대에 거대한 부채더미를 남길 수 있다. 그렇기에 잠재성장률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잠재성장률을 올리려면 노동력을 증가시키고 자본투자를 늘리며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노동력을 늘리려면 출산율 반등이 필요하며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경제 구조개혁을 통해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자주 나오는 조언이다. KDI도 경제 구조개혁을 통한 총요소생산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말은 쉽지만 어느 것 하나 쉽게 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출산⋅육아기에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는 현상에 대응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출생률 하락을 완화해야 한다.
또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 고령층 경제활동 촉진, 노동시장 개방을 위한 정책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진입장벽 완화를 통해 생산성이 높은 혁신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해 생산성 향상의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KDI는 조언했다.
기업 내부에서는 연공서열형의 경직적 임금체계, 비정규직 대비 정규직 근로자 과보호, 노동시간 규제 등을 완화함으로써 인적자원을 유연하고 효율있게 재배분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돼야 한다
아울러 생산연령 인구 비중과 잠재성장률이 높은 과거 환경에서 설계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 제도도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방안들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 강화를 위한 조치임은 물론이다.장단기 처방전들의 모음이지만 관련 경제 주체들의 극심한 반발을 초래할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할 방안들이다.
정책당국자들은 재정 지출에 의존하기보다 시장실패를 완화하고 경제 왜곡을 초래하는 제도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KDI의 조언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잠재성장률 하락도 서서히 일어난 일이지만 그 치유 또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잠재성장률 둔화를 단기 경기 부진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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