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텅스텐의 대일 수출을 통제하자 미국의 텅스텐 스크랩(재활용 파쇄재) 대일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공급망이 막힌 일본 제조 기업들이 대체재 확보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텅스텐은 자동차 부품을 가공하는 초경합금 절삭 공구에 반드시 필요한 금속이며 반도체와 전자제품, 전차 포탄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금속으로 중국이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11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일본에 대한 텅스텐 카바이드 공구와 기타 자재 재활용 스크랩 수출량은 59t으로 2025년 연간 수출량의 24배에 이르렀다. 특히 3월 미국의 대일 텅스텐 수출액은 1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만 2100%(121배) 폭증했다.
미국의 전체 텅스텐 스크랩 수출량은 1분기에 172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량인 2200t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지역 수출이 전체의 약 60%, 유럽이 약 30%를 차지했다.
미국의 텅스텐 스크랩 대일 수출이 늘어난 것은 중국의 수출 통제에 따른 풍선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상무부는 군민 겸용(Dual-use) 규제를 강화하며 올들어 2월부터 4월까지 3달 연속으로 일본에 대한 텅스텐 카바이드와 분말 수출을 '0'으로 만들었다. 이는 지난해 말 일본 정치권에서 "대만 유사시 자위대 파병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중국이 본격적인 자원 무기화 보복에 나선 결과다.
중국은 전 세계 텅스텐 광석 생산량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어, 공급 차단 시 단기에 대체 공급국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스미토모 전기공업(Sumitomo Electric) 등 자동차·항공기 부품용 절삭공구를 만드는 일본 주요 기업들은 중국산 원자재(기존 비중 약 30%)를 미국, 유럽, 싱가포르산 스크랩으로 급히 대체하고 있다.
공급 부족 탓에 미쓰비시 머티리얼(Mitsubishi Materials)은 6월 인도분 초경합금 제품 가격을 3배 이상 인상했고, 스미토모 역시 제품가를 최대 60% 올렸다. 일부 중소 공구업체들은 감산을 검토 중이다.
일본 기업들은 중장기 안보를 위해 텅스텐 스크랩 수거 시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약 100억 엔을 투자해 일본 아키타와 유럽 재활용 공장 처리 능력을 2배 확대할 계획이다. 스미토모전기는 159억 엔을 들여 새 재활용 공장을 짓고 공급 능력을 50% 끌어올릴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텅스텐 스크랩 품귀현상이 생기고 있다 .일본이 미국산 스크랩을 대거 선점한 가운데 중국 중개 무역상들이 미국 스크랩 업체들에게 캐나다와 두바이 등지의 제3자에게 텅스텐을 인도하도록 설득하는 등 미국 스크랩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미국내 텅스텐 스크랩 가격은 전년 대비 350% 이상 급등했다. 실제로 원자재 정보 제공업체 아거스 미디어(Argus Media)에 따르면, 미국산 텅스텐 스크릅 가격은 지난해 5월 1 파운드에 40달러 미만에서 올해 5월에는 167.50달러로 폭등했다.
문제는 미국에는 현재 가동 중인 상업용 텅스텐 광산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2015년 국내 채굴을 중단했다. 국내 스크랩이 풍부하고 값도 쌌기 때문에 내린 조치였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내 소비량의 약 30%가 스크랩을 활용한 것이었다.
현재 미국 내부에서는 미사일과 장갑차 등 무기 제조에 필수인 텅스텐 스크랩 물량이 해외로 과도하게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안보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서방 연합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캐나다 알몬티(Almonty)의 한국 상동광산 가동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카자흐스탄 광산 프로젝트에 16억 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광물 재활용 기업인 아메르민(Amermin)의 라이언 맥애덤스(Ryan McAdams ) 최고경영자(CEO)는 닛케이에 "적대국의 해외 바이어들이 미국 텅스텐 스크랩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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