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공적연금(GPIF) 개입 신호로 엔달러 환율이 161엔대로 하락(엔화 가치 급등)하고 연일 급등한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장기 금리)는 급락(국채 가격 상승)세로 돌아섰다. 엔화 대리 통화로 통하고 약세를 보여온 한국 원화 가치도 안정을 되찾을 지 주목된다.
10일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 등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이 연기금(GPIF 등)의 국내 투자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장기 금리가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161엔 중반까지 빠르게 하락했고, 10년물 금리는 장중 고점(9일 2.902%) 대비 약 10bp(1bp=0.01%포인트) 내린 2.8%을 재차 밑돌기 시작했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이날 오전 각료회의 후 가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인 GPIF를 비롯한 연기금의 일본 금융자산 투자 확대를 장려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는 자산의 약 절반가량을 해외에 투자하는 GBIF가 국내 엔화 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GPFI를 비롯한 일본의 4개 공적연금 운용 자산 규모는 약 332조 엔인데 GPIF 운용 규모가 약 286조 엔으로 대부분이다. GBIF는 5년마다 자산배분 기준을 설정하는데 지난해 3월 GPIF는 자산의 25%씩을 동일하게 배분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일 발표한 포트폴리오 투자 비중은 해외채권 → 해외주식 → 국내주식 → 국내채권 순이다. 일본 국내 채권 비중은 24.2%로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일본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평가금액 기준 국내채권 비중이 자연스럽게 축소된 영향이다.
2013년 이후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는 대규모 국채 매입을 지속한 반면, 금융기관을 포함한 민간 투자자들은 일본 국채를 순매도했다.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으로 국채 금리가 낮게 유지되면서 투자 매력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에 연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자산으로 자금을 배분했다.
현재 일본은 세계 최대의 순대외채권국으로, 정부와 기업, 개인이 보유한 국제순투자포지션은 약 3조 5000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해외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 등 본원소득수지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증권의 허성우 연구원은 "이번 가타야마 재무상의 발언은 외환시장 개입을 위한 직접자금 투입 없이도 연기금의 자산 재배분을 유도해 엔화 약세를 완화하고, 동시에 국채 수요를 확대해 금리 안정을 도모하려는 전략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허성우 연구원은 "향후 의미 있는 엔화 강세와 장기 금리 안정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YCC 정책으로 해외로 유출된 기관투자자 자금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는지가 핵심 변수"라면서 "GPIF가 선제로 해외 투자 자금을 국내로 환류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회귀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며 이는 일본 국채 수요를 높이고 금리 안정에도 긍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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