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기술제품 수출 호조에 따른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가 약세인 것은 견실한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 움직임이라는 미국 재무부 평가가 나왔다.
2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 23일 발표한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의 환율이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1.40원을 기록했다. 이는 세부 수급 요인과 대외 투자 증가 등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394.97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연평균 환율이다.
미국 재무부는 2025년 반도체와 기술 관련 제품 수출로 경상흑자가 크게 늘어났는데도 원화가 절하 압력을 받은 핵심 이유로 가계와 기업,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투자 증가를 꼽았다. 한국이 이를 '이례적 현상(unique phenomenon)'으로 평가한 점도 보고서에 반영했다.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1230억 5000만 달러로 2024년(999억 7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고 역대 최대를 기록한 2015년(1051억 달러) 기록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 연간 흑자다. 상품수지가 반도체를 포함한 기술제품의 글로벌 수출 호조덕분에 1380억 7000만 달러 흑자를 내면서 전체 경상수지 흑자 성장에 기여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처럼 크게 늘어나면 원화 가치가 올라가고 환율이 하락하는 게 보통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해외 주식 투자로 달러가 많이 빠져나간 탓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근거로 2025년 한국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가 300억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다.
한국 외환당국이 지난해 한 해 동안 약 28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순매도한 것에 대해 원화 가치 하락 압력 속에서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방어적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인정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보고서(2026년 1월 발간)에 이어 이번에도 분석 대상 기간(2025년 1분기~4분기)에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심층 분석 대상 국가는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환율조작국가도 없었다.
세가지 요건은 대미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 외환시장 개입이다.
이번에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정된 국가는 10개국이며 중국과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태국으로 지난 보고서와 동일하다.
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남은 것은 두 가지 기준이다. 미국에 대한 상품서비스 무역흑자가 450억 달러로 기준선인 15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경상수지 흑자(114억 2000만 달러)는 국내총생산( GDP)의 6.6%로 기준인 3%를 넘었다. 반면,외환시장 개입 요건은 GDP 대비 1.5%로 기준인 2%에는 미치지 못했다.
미국 재무부는 ▲거시경제·외환시장에 관한 양자협의 ▲주요 교역국의 외환시장 개입분석 강화 등을 통해 환율보고서가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America First Trade Policy)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재차 표명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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