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이 일부 계열사의 재무 현황 등 지정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때 총수 개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동안 자료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계열사로 고의로 누락한 총수들은 과징금이 아닌 검찰 고발을 통한 벌금형 등 형사 처벌을 받았다. 과징금은 행정처분으로 검찰 고발을 통한 벌금형보다 가벼운 처벌이었지만 공정위는 계열사 매출·자산의 최대 10%를 물릴 방침이다.
공정위는 조선, 플랜트, 전력 등 국가기반 산업에서 불공정 하도급 행위가 있는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와 관련해 식품·물류·의약품 등 민생 밀접 분야, 건물 관리·경비·건설자재 조달 등 중소기업 주력 업종과 대부업 등 서민 금융 업종을 중점 조사할 분야로 꼽았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 보고에서 '경제주체 간 힘의 불균형 완화와 민생 분야 공정 경쟁 확산'을 뼈대로 한 핵심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주 위원장은 "대기업의 계열사 재무 현황 등 지정자료 제출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일부 계열사의 재무 현황 등 지정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때 총수 개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과징금은 누락한 계열사 자산 혹은 연평균 매출 중 큰 금액의 최대 10%까지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정자료 누락에 대한 벌금이 최대 1억 5000만 원에 불과해 자산 수조 원대의 대기업 총수들에게는 타격이 거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새로 도입하려는 총수 개인 과징금은 누락한 계열사 매출·자산의 최대 10%를 물릴 수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억~수천억 원의 돈을 총수 개인이 생돈으로 내야 한다. 형사 전과는 남지 않더라도 경제 타격은 벌금형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지정자료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한 총수들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과징금이 아닌 검찰 고발을 통한 벌금형 등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카카오 김범수 창업주는 2016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에서 계열사 5곳을 누락한 혐의로 고발되어 법원에서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친족이 지분을 가진 회사를 지정자료에서 누락해 공정위가 경고 또는 고발 절차를 밟았다.
이밖에 호반건설, 태광, 넷마블 등 다수의 대기업 총수들이 친족 회사나 위장 계열사를 누락했다가 적발되어 경고 처분을 받거나 사안이 무거운 경우 검찰에 고발돼 벌금형에 처해졌다.
대기업이 계열사의 존재를 공정위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집단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면 미지정 기간에도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는 앞으로 조선, 플랜트, 전력 등 국가기반 산업에서 불공정 하도급 행위가 있는지 집중 점검하고 유통업과 관련해선 본사가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를 가맹점주에게 전가시키는 행위, 납품업체에 대금 지급을 지연하는 행위 등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의 향후 핵심 추진 과제로 민생 분야 공정거래질서 확립, 경제주체 간 힘의 불균형 완화, 디지털 시장 혁신 생태계 조성, 대기업집단 경제력 집중 완화 4대 분야를 제시했다.
주 위원장은 "반복 담합을 근절하고 독과점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면서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등록취소, 영업정지 제도를 도입하고, 자진신고 감면 혜택도 제한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담합행위 등에 대해 지분매각, 영업양도 등 구조적 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박준환 기자 naulboo2gmail.com
[알림] 이 기사는 투자 판단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