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임대시장의 민낯...월세 폭등해도 방 3개짜리 집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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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임대시장의 민낯...월세 폭등해도 방 3개짜리 집 없어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4.06.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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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주택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집을 구하기 힘드는 것은 물론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탓이다.  캐나다 유력 방송인   CBC캐나다가 최근 '방 세칸 짜리 월세를 구하기 힘든 이유가 뭔가'라는 심층 기사를 내보내면서 "주택이 귀하고 비싸 세입자들은 저렴하거나 넉넉한 공간의 집을 구할 수 없어 더 작은 집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보도한 것을 보면 캐나다의 임대 주택 시장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했는지 알 수 있다.

주택공급 부족에 캐나다에서 방 3개짜리 집을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사진은 캐나다의 단독 주택 모습.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주택공급 부족에 캐나다에서 방 3개짜리 집을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사진은 캐나다의 단독 주택 모습. 사진=파이낸셜포스트

CBC는 많은 캐나다인들에게 집을 구하는 것은 벅찬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대료는 치솟는데 구할 수 있는 집이 없다는 게 오늘날 캐나다 임대 시장 위기의 현실이다. 캐나다 전국에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임대하겠다고 나와 있는 빈집 비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반대로 임대료는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캐나다 연방주택공사(Canadian Mortgage and Housing Corporation, CMHC)의 1월 임대 시장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다섯 달이 흘렀지만 사정은 전해 개선되지 않고 있다. CBC가 캐나다 주요 대도시 1000여 가구를 분석할 경우 방이 여러 개인 집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시장은 '끔찍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CBC분석에 따르면, 임대로 살고 있는 캐나다 중간 소득가구가 빌릴 수 있는 방 2개 이상의 주택은 1만4000호에 불과했다. 방 3개인 주택을 찾는 임차인들에게는 주요 도시에서 단 2850호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BC가 임대료가 가구의 총소득의 30% 미만을 유지하는 일반 원칙에 따라 계산한 임차비용에 따르면, 캐나다 가구의 중간 소득 6만4108달러의 1600달러 이상을 임차료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는 현실과 괴리가 멀어도 한 참 멀다. 임대료를 올려놓는 사이트인 '렌털스 닷 캐나다'에 따르면, 밴쿠버의 방 3개짜리 주택 임대료는 지난 5월 월 3775달러, 토론토는 평균 3638달러, 몬트리올은 3500달러, 핼리팩스는 2982달러, 오타와는 2741달러였다. 필자가 사는 퀘벡주 몬트리올은 캐나다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치라는 점이다. 4000달러나 5000달러까지 가는 집이 있을 수 잇다. 방 3개짜리 집은 '귀하고 비싸다'는 게 CMHC 이코노미스트의 평가였다. 

CBC는 임대 주택에 사는 캐나다 중위소득 가구를 근거로 저렴한 방3개짜리 임대주택은 8개 주요 도시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고 지적한다. 월 1600달러 미만에 나온 방 3개짜리 임대 주택은 사실상 없다고 CBC는 결론지었다.

캐나다에서 방이 많은 집을 구하기 힘든 이유는 뭘까? 우선 건설 비용이 지목된다. 캐나다 주들의 법률은 주택의 방마다 창문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방 3개짜리 주택 건설 비용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한다고  CBC는 전했다. 이 규정 때문에 주택 개발업체와 건축업체들은 주택에 방을 덜 넣게 된다. 그 결과는 집은 큰데 방의 숫자는 적은 아파트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외국인 이민자 급증과 유학생 쇄도로 수요가 급증한 것도 주택난을 가중 시킨다.

지난 겨울 촬영된 퀘벡주 몬트리올 교외의 단독 주택들. 방3개인 아파트의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저소득 캐나다인들이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의 지하 세방으로 몰리고 있다. 사진=박고몽기자
지난 겨울 촬영된 퀘벡주 몬트리올 교외의 단독 주택들. 방3개인 아파트의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저소득 캐나다인들이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의 지하 세방으로 몰리고 있다. 사진=박고몽기자

해법은 뭘까? 공급에 있다. 즉  자녀를 둔 캐나다 시민들이 빌릴 수 있는 주택을 많이 짓는 것이다. 건축법 규정이 엄격히 적용되는 아파트 외에 다가구 주택, 연립주택을 지어 공급을 늘리는 게 정공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축법 규정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아니면 건설업체에 임대주택의  일정비율을 방이 많은 대형주택을 짓도록 하는 것이다. 토론토와 밴쿠버 등 일부 도시는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자녀 한두 명과 부부가 방 2칸짜리 집에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방 숫자를 늘리자니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고 계속  살자니 너무 힘들다고 생각한 캐나다인들은 냉난방이 제대로 안 되는 지하 세방으로 몰려든다. 이마저 안 되는 캐나다인들은 길거리에서 노숙할 수밖에 없다. 최근 노숙자가 급증한 것은 이 같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게 오늘날 캐나다 주택 임대 시장의 민낯이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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